Goodbye, Michael Jackson

아직 국민학생 꼬리표를 떼지 못한 코흘리개 시절,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이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는데 귓잔등으로 처음 듣는 강한 비트의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돌려 바라본 것은 레코드 가게의 작은 TV 화면 속. 그곳엔 음악에 맞춰 격렬하고도 절도있는 동작으로 춤을 추는 사람이 있었다. 버스를 타는 것도 잊은 채 몇십분이고 그 자리에 서서 무엇엔가 홀린 듯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본 것은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뮤직비디오였다. 마이클 조던이 등장해 서로에게 농구와 춤을 가르쳐 주는 'Jam'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려한 CG의 'Black Or White'는 몇 번을 다시 봐도 재밌었다. 당시 대화면 TV나 LD 플레이어 따위를 전시/판매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이 비디오가 재생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유년기든 청소년기든 80년대를 보냈던 사람이라면 마이클 잭슨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딱히 음반을 사서 'Billie Jean'을 듣지 않았더라도 문워크 춤동작은 누구나 알고 있었으니까. 꼬꼬마 시절 삼촌이 레코드 가게를 한 탓일까. TV 만화 주제가나 동요를 즐겨 부를 나이였지만 나 역시 어렴풋이나마 80년대의 아이콘으로 그를 기억했다.

그렇게 [Dangerous]를 통해 그와 조우한 이후 우연히 본 [Moonwalker]를 통해 [Dangerous] 이전의 MJ를 거슬러 만나고, 팝음악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내 음악듣기의 시작도 90년대를 여는 추억의 키워드도 마이클 잭슨이었다.


중학교 때 교과서 표지 뒷장에 그린 그림. 나름 스릴러-배드-히스토리 때의 MJ의 모습과 내가 좋아했던 곡들의 제목이 적혀 있다. 원본엔 귀퉁이에 싸인도 있는데 민망해서 지웠다.



일주일 전 아침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사실 [HIStory] 이후 근 10년간 그의 행보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작년에 나온 [Thriller] 25주년 기념앨범에 실린 리믹스 버젼들도 즐겁게 들었고, 또 올해 나올 새 앨범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었는데 갑작스런 죽음이라니. 그가 살아서 더 이상 들려줄 수 없는 음악에 대한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의혹과 오해로 얼룩진 그의 인생사가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너무 일찍 시작된 학대에 가까운 가수가 되기 위한 훈련과 연예계 생활에 유년기를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고, 그래서 어른이 되어도 아이들을 친구처럼 대했던 현실 세계의 피터팬. 이제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해줄 친구들이 있는 네버랜드로 다시 돌아간 건 아닐까.


갖고 있는 MJ의 음반들을 한데 모아 봤다. 사람은 갔어도 음악은 영원히 남는다. 멋진 음악 들려줘서 고마워,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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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수려 2009/07/09 02:16 # 답글

    두번쨰 그림 깨져요
  • cheb 2009/07/09 02:20 #

    고쳤어요.
  • 가야 2009/07/09 11:01 # 답글

    오. 그림 잘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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